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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를 시작하다

 

내가 한때 입시 공부를 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나자 자신감이 생겼다. 한 번 해봤던 공부니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입시 공부를 다시 해보자.'

내 아이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방법이 전혀 없는 건지. 그때의 내 심정은 그야말로 절박했다. 예전에 선생님들이 말씀해 주시던 절박함이 있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절박한 마음이 되니 공부를 하는 것이 지겹다기보다는 빨리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고 싶었다. 내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료를 찾고 공부를 시작했다.

 

먼저 유튜브를 찾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생각보다 입시에 대한 정보를 주는 영상이 많이 있었다. 일반고 3,4등급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았다. 어떤 영상에서는 일반고 3,4등급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한양대도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영상에서는 그런 건 없다고 했다. 대학에서 발표하는 3,4등급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을 한 건 특목고 아이들 중 4,5등급의 아이들이 합격을 해서 평균을 냈을 때 평균이 3,4등급인 것이지 일반고 아이들은 2등급을 넘어가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할 수 없다고 했다. 정보가 많은 것은 좋았지만 너무 다른 의견들 때문에 어떤 것이 맞는 말이고 어떤 것이 틀린 말인지 알 수가 없고 영상을 보면 볼수록 혼란만 생겼다.

컨설턴트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을 실제 컨설팅 해 본 것이 아니라 그저 서류로 이런 아이가 점수가 낮아도 대학에 합격한다는 사례만 본 것이라 실제로 적용했을 때 얼마나 적중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컨설턴트 교육을 받아서 도움이 된 것은 대입 용어나 모집요강을 볼 때 단어들이 익숙하고 모집요강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기가 좀 쉬웠다는 것뿐이었다. 내가 파악한 내용이 맞긴 한 건지도 확신이 없어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를 할수록 불안한 마음만 계속 커졌다.

불안하니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학원 설명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심지어 밥을 먹으면서도 대입 관련 영상을 찾아보았다. 한 번만 들으면 정확히 기억할 수 없어서 똑같은 영상을 3,4번씩 돌려 보는 것은 다반사였다. 나중에는 목소리만으로도 어느 대학 어떤 입학 사정관의 목소리 인지도 알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토가 나올 지경이라 아이 입시만 끝나면 이런 영상 따위는 다시는 듣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적도 있었다.

 

대학교 입학처에 들어가 입시요강을 샅샅이 찾아보며 대학에서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평가해 줄 것인지를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대학교 입학처 사이트를 열심히 찾다 보니 기회가 생겼다. 대학들에서는 자기들만의 설명회를 열고 있었고 심지어 입학 사정관들이 1:1 상담을 해 주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인기가 많은 학교들은 설명회 신청이 시작되는 날 백화점 오픈런을 뛰듯 미리 대기해 접수를 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컴퓨터를 다루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남편과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 신청 배너가 열리면 광속으로 클릭을 하며 설명회를 예약하기도 했다. 평일에 해주는 입학 사정관 면담은 남편에게 휴가를 내게 해 같이 다니기도 했었다. 글로벌 기업의 임원인 남편은 직접 사람을 채용하기도 하고 면접도 보니 입학 사정관들이 하는 말의 진위를 더 잘 파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인기 있는 대학의 설명회는 예약 시간을 놓쳐서 남아 있는 설명회 자리를 찾아 강원도까지 가서 듣고 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다닌 덕에 원하는 대학에서는 서류가 충분하니 지원해 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긍정적인 답변을 해 준 대학들 위주로 지원을 계획하며 수시에 쓸 대학들을 선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학들을 선별하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꿈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열심히 참여하고 노력했다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겠구나.’

그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내가 알고 공부한 내용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내가 가지게 된 확신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하고 싶은 분야를 열심히 해 보라고 격려해 주고 고등학교 생활을 그렇게 아이와 함께 2인 3각 경기를 하듯 보냈다. 그런데 그 확신은 그렇게 굳건한 확신이 아니었나 보다. 또 다른 바람이 불자 나는 또 불안해졌고 흔들렸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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