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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등학교 입학 후 느낀 현실

 

두 아이 모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나의 허황된 생각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날 때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 아이는 너무나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평균점에 있는 아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자신만의 강점은 있다. 세상에 누구라도 자신이 잘하는 것 하나는 있게 마련 아닌가! 단지 잘하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는 것이 엄마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큰 아이는 운동을 작은 아이는 미술을 좋아했다.

두 아이 중 누구도 수월하게 알아서 공부하는 녀석은 없었다.

물론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엄마의 관심과 잔소리로 공부를 한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어머님도 공감을 하실 것 같다. 늘 잔소리를 하며 학교와 집과 학원을 데려다주고 숙제를 챙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차 트렁크엔 담요와 물과 책이 언제나 실려 있었다. 언제 어디서 아이를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아이 학원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왜 모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원 숙제를 하지 않아 나머지 공부를 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 시간을 차에서 대기 상태로 있어야 했다.

나머지 공부를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아이를 기다리다 낭패를 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공부를 죽지 못해 하니 숙제도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숙제가 엉망진창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 띄엄띄엄 대충 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 공부도 열심히 하고 혼자 알아서 숙제도 잘하고 자기가 할 일 미루지 않고 잘하는 그런 아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렇게 알아서 하는 아이들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가는 거지. 나도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기 싫어하고 숙제하기 싫어했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삼으려고 해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학원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할 때면 짜증이 버럭 나곤 했었다.

큰아이의 학령기를 통틀어 보면 스스로 공부를 했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것이 문제였지.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똑똑해지고 싶다며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PC방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는 공부와 멀어졌다. 머리가 좋은 아이라 성적이 금방 곤두박질을 치진 않았지만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는 시간 말고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 잠깐 국제고를 가서 유학을 가고 싶다며 나름 공부에 열을 올렸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성적도 좋았다. 그래서 나는 녀석이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제고 면접에서 탈락한 뒤 녀석은 한동안 세상을 잃은 것처럼 공부에 손을 놓고 지냈다. 그리고 한 번쯤 더 큰아이가 공부에 몰입한 시간이 있었다. 고2 겨울방학이었다. 이제 곧 고3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그 해 겨울방학 동안은 누가 봐도 열심히 한다는 감탄이 나올 만큼 공부를 했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고3이 되어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전체 과목에서 성적이 모두 조금씩 상승을 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지원을 하기에 불안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작은 아이는 좀 신기하긴 했다. 그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만 있을 뿐 공부를 열심히 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모든 일을 적당히 하는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많고 자기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여서 공부도 언제고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해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믿음으로 너무 방치를 했던 내 잘못도 있었던 것 같다.

하라고 다그치면 잘 따라오는 큰아이와 달리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하고 하기 싫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아이여서 가기 싫다고 하면 학원도 보내지 않고 내버려두었더니, 공부하는 힘이 부족해 나중에 꽤 고생을 했다.

내가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작은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이를 꾸준히 학원에 보낼 것이다. 학원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공부력이 생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견디는 힘이라도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꼭 필요한 순간에 그 버티기 내공을 발휘해 버티며 공부를 하지 않을까?

작은 아이를 보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내가 내린 결론은 공부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습관이 되도록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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